새벽
일에 지쳐 쓰러졌다가 새벽 세 시 쯤 깬 것이 화근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핸드폰이 혼자서 친구한테 전화를 거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가, 전화를 끊고 어중간한 시간에 깼다며 투털대다 다시 잠들었는데 하필 네가 나오는 꿈을 꾼거다. 이상하지. 그런데 생긴 것도 목소리도 다 네가 아니다. 누가 봐도 다른 사람인데 나는 그 사람을 너라고 생각했다. 대체 왜 일까.. 출근 전 잠에서 깨어 멍하니 앉아있는 동안 그 생각을 했다. 여러모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자리에 눕기 불과 몇 시간전 나는 신나게 퇴근하면서 전날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울에 빠져들었던 것은 그저 출근 스트레스일 뿐이며, 단지 많은 슬픈 상황들을 엮으며 더더욱 기분이 나빠지는 내 성격이 이 우울감에 너의 부재도 한 몫 한다고 착각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던 거라고 판단했는데, 그런데 꿈 속에선 너와 재회하며 복합적인 감정에 휩쓸리다니. 그런데 내 꿈 속에 나온건 사실은 네가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이었고…. 대체 이 꿈이 의미하는 것은 뭐였을까. 간 밤의 짧은 꿈이 내 기분을 살짝 복잡하게 만들었다. 정확히는 거슬렸다는 것이 맞겠다. 대체 왜 이런 꿈을 꾸게 된 건지 원인과 전말을 정확히 규명해내고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예 없었던 것으로 해버리고픈 마음도 컸고. 사실 그런 것 보다도 어찌됐건 꿈에 네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자존심 상하고 싫었다는 게 진짜 솔직한 내 마음이겠지. 그만큼 좋아했고, 그 감정을 사랑이라 말할 정도였다면 정말 깊었던 마음이 맞는데도, 그럼 어느정도는 힘들 수 있는게 어쩌면 당연한데도 그냥 그게 싫은거다. 가까이 사는 여자랑 네가 히히덕 거리고 있을 때 난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는 그런 불공평한 상황도 싫고, 차였음에도 계속해서 마음 앓이하고싶지도 않고.. 그냥, 여러가지로, 참.
친구 말마따나 절대 그 여자가 채워줄수 없는 면을 나에게서 그리워 하며 연락이 온다면야 즐겁게 ‘dude, I’m not an asshole!’ 하면서 낄낄거릴 수 있겠지만, 뭐 딱히 진지한 사이도 아니었으니까, 넌 나한테 별 일도 아니었어. 하면서 일말의 죄책감도 미련도 없이 룰루랄라 나보다 더 행복하게 지낸다면 그건 싫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다. 애초에 이런 생각을 하며 화가 나려고 하는 나 자체가 이미 지고 들어간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냥 싫은 건 싫은거다. 그것 보단 그냥 걔와 관련된 건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은 게 더 크지만. 참.. 걔가 나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왜 매번 이런 식으로 타이밍이 맞질 않을까. 내가 사랑하기 시작 했을때 너도 나를 계속 사랑할 수 있었다면 좀 더 좋았을거잖아. 내 마음을 열게 만들어 놓고 그렇게 빨리 식어 버리면 난 어쩌란 말이냐고. 어쩔 수 없는 일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화나고 원망스럽다. 어차피 더 생각한다고 나아질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그냥 추억은 추억으로만. 과거는 과거로만. 내 자존심을 깎아먹지 않고 이 데미지를 회복하는게 제일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게 잘 되지 않아서 문제긴 한데… 그런데 이것 보단 지금 당장 나한테 닥친 새 환경 적응이라는 미션이 너무나 큰 존재감을 차지하는 터라…ㅋ 사실 첫 날 펑펑 울고 둘쨋날 눈물 질질 흘리다가 셋째 넷째날은 병원 스트레스가 겹쳐져서 우울하긴 했는데… 그 뒤로 출근하기 시작하니까 그냥 다 까먹고 잘 모르겠다. 물론 너와의 달콤했던 그 순간순간들이 그립긴 하지만 그래서 미쳐버릴 정도는 아니야.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보니 남의 눈에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지언정 어쨌든 마음껏 표현할만큼 표현하고 잔뜩 애정을 쏟았던 게 틀린 선택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첫 실연 후 길었던 회복기간 동안 조금만 더 표현할 걸, 조금만 더 사랑할 걸 하며 나 자신을 자책했던 일 같은 건 없을 것 아닌가.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저 조금 지치기만 할 뿐, 조금 슬프기도 착잡하기도 하지만 그냥 그것 뿐이다. 멍청한 네가 측은하다. 평생에 나만큼 너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분명히 넌 나를 놓친 걸 후회하게 될 거고 나는 너보다 앞으로 훨씬 더 행복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 나는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노력했으니까. 나의 현재는 과거보다 발전하고 있고 미래는 행복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 어쨌든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7:48 pm • 17 February 2013
끝
왜 매번 이렇게 시망똥망인 느낌일까
진짜 좋아했는데… 이렇게 끝이나다니
나는 나름 엄청 최선을 다했는데. 왜 항상 짝사랑만 하는 느낌일까
지친다
5:51 pm • 12 February 2013
듀티표를 받고서 언제 대전에 가는게 나을 지 고민하다가, 생각해보니 만난 지 고작 2주가 지났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게 있어 지난 2주가 워낙에 질풍노도 돋는 폭풍의 시기여서 그런가… 체감상으론 적어도 두어달은 지난 것 같은데. 그걸 깨닫고 나니 걔한테 너무 연락을 자주 한 건가 싶기도 하고 걔한테 너무 많은걸 바란건가 싶기도 하고…. 하여튼 조금 미안하고 조금은 민망하고 그랬다. 하여튼 걔는 너무 나와는 다른 타입이라 참 행동하기 조심스럽다. 연락을 하는 것도 만나자고 하는 것도… 여태 내게 있어선, 정말 일반적인 사람들의 기준과 마찬가지로 썸이든 사귀는 거든 아무튼 만나는 사이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연락이 닿아야 하고, 관심이 있는 만큼 연락이 오는 것이라고 생각 해 왔다. 그게 어쨌든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는데… 흠. 어쨌든 걔랑 정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음 난 진작에 이번 썸도 망했어! 하면서 정리 해버리고는 쓸쓸히 혼자가 되었을 거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건가?
친구는 내게 ‘그렇게 걔한테 하나 하나 맞추면서 신경쓰는 걸 보니 니가 정말 그 남자를 사랑하긴 하는가 보다’ 라고 말했는데, 사실 그 말에 완벽하게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전의, 그리고 보통의 일반적인 남자들은 이렇게까지 연락 관련 문제로 나와 생각이 다르지 않았으니까. 여태까지 그 점에 대해선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하겠다. 뭐랄까, 내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정 반대의 사람을 만나려니까 참으로 어렵고, 때에 따라선 괴롭기도 한 게 사실이다. 특히 누군가를 만날 때 소통을 중요시 하는 나로썬 일주일이 가도 내가 연락하지 않는 한 먼저 연락 하지 않는 상대를 만나는 게 … 연락을 해도 잡담은 거의 없고 필요한 말만 하고 말게 되니까. 만날 땐 여러가지로 좋은데. 거리가 머니 자주 얼굴을 보는 건 불가능하고. 음… 뭐랄까. 친구는 왜 그런 쓸데 없는 걱정을 하냐고 나를 다그쳤지만 어쨌든 나는 그게 참 어려웠다. 만날 땐 좋아하는 게 느껴지는데 헤어지고 나면 연락도 없고, 내가 연락하기 전엔 아예 나를 잊어버린 것만 같고. 연락을 해도 몇 마디 이어지기가 어렵고. 뭐 그런 것들. 그냥 나는 순간적인 유희거리일 뿐인가, 사실 우리 관계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나 혼자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나, 뭐 이런 생각도 들고…. 아무튼 그랬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 그러니까 며칠에 한 번씩 메시지 보내고 이런 것들까지 조심스러워 지는 거다. 물론 후회하기 싫어서 솔직하게 보고싶다 좋아한다 말은 하지만 사실은 나만 혼자 이러는 건가 얘가 빨리 나한테 질려버리려나 날 피곤하게 생각하려나 이런 걱정들 때문에 멈칫하게 된다. 당사자는 아무 생각도 없을 텐데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격이지 이건.
어쩄든 걔는 알지도 못하겠지만, 나에게 있어선 이 관계가 새로운 도전이며, 지금과는 다른 국면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2,3주에 한 번씩 얼굴 보고, 드문드문 연락하고. 객관적으로 보자면야 이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나에겐 다르다. 인간관계에 있어 이렇게 까지 불명확한 관계도 내겐 처음이고. 참.. 말을 안하니 걘 당연히 모르겠지. 내가 얼마나 많이 맞춰주고 있는지. 지금은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그러려니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서운하기도 하고, 내가 연락하지 않는 이상 나는 그저 전의식에 잠들어 있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건가 싶어 슬프기도 하다. 크게 생각하고 많이 기대하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내가 어쨌든 좋아하고 있으니까 어느정도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고.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해 볼 생각이다. 표현할 수 있는 만큼 표현하고 지금 이 관계에 최선을 다한다면 시간이 흘러 어떻게든 이 관계가 결론 났을 때 덜 서운하지 않을까. 그리고 뭐든 배우게 되겠지. 이전과는 많이 다른 방식이지만, 다른 종류의 것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7:45 am • 4 February 2013
그래도 다행이다. 네가 날 잊지 않아서.
나는 정말로 너를 사랑하는가보다….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이라면 좋을텐데.
어쨌든. you are too cute. I didn’t forgotten miss nurse lady로 일주일치 떡밥은 클리어로구나… 이쨌거나 저쨌거나 보고싶다 대답이라도 해줘서 고맙다 망고놈아. 아 보고싶다 보고싶어 한달은 돼야 볼 수 있겠지만 어쨌든 보고싶다…. ㅠㅠ
12:31 am • 29 January 2013
아까 버스를 탔는데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그때 막 쌀재터널을 지나던 참이었는데 뭔가 하고 받았더니 뜬금없이 말 전달 좀 해달라며 왠 아저씨를 바꿔주는거다. 난 또 무슨 일이 났나 했는데 그건 아니고 단순히 의사소통이 안 돼서 내게 전화를 했던 거였다. 아저씨는 자꾸만 근데 무슨사이에요? 사모님? 애인? 학생이요 아줌마요? 하고 내가 누군지 물어보시는데 나는 아뇨 그냥 친구구요, 친구! 하면서 쓸데없이 아저씨랑 통화를 엄청 길게 했다. 버스 안이라 통화 음량은 최대인데 말소리는 잘 안 들리고 본의아니게 고요한 버스 안에서 엄청 크게… 그것도 아저씨랑 통화했네 참나. 어쨌든 아저씨가 하고픈 말의 요점은 영어를 배우고 싶은데 주소가 어딘지 집을 알아야 찾아간다, 전달 좀 해달라는 거였고 난 사는 곳을 왜 알아야 하는 건지에 1차 당황, 자꾸만 나와의 관계를 묻는 통에 2차 당황 하면서 전화기가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을 때에도 어물어물거렸던 것 같다. 아저씨랑 그렇게 시간을 길게 끌어놓고 정작 중요한 본인에게는 몇 마디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되게 짧게 몇 단어 말했는데 이제 됐다고 하는데 나는 이 상황이 끝난건지도 모르겠고 내려야 할 곳도 이미 와 버렸고 이래서 잔뜩 번잡스럽게 어버버. 고맙다고 일단락 지었다고 하는데 황당한 전화통화를 한 내 상황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그러다 수화기 너머로 thank you. you are sweetheart. 하는데 단순히 그 상황에 대한 감사표시를 하는 건데도 쓸데없이 간질간질하니 혼자 기분이 좋아져서 또 웃었다. 요 며칠 스트레스 상황에다 미래에 대한 걱정거리까지 겹쳐서 기분이 아주 그냥 땅을 파고 있었는데 그놈의 스윗하트가 뭐라고, 고거 하나에 뭐 어찌됐던 상관없는 관대한 마음을 가지게 됐단 말인가. 참.
사실 여태까지는 계속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상처받기 싫어 본능적으로 치는 쉴드와도 같은 것이었지만, 어쨌든… 입 밖으로 어떻게 하자는 말 같은건 하나도 나오지 않았고, 성격 상 꾸준히 연락을 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많은 걱정을 했다. 거리도 멀고 자주 볼 수도 없는데 연락까지 뜸하면, 하루 이틀 없던 연락이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면 그러다 아무것도 아닌 사이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시간에게 맡겨버리기엔 이 감정을 이대로 흘려버리기 아까웠고 그래서 계속해서 조바심을 냈다. 나를 좋아하는 것 정도는 알지만 그게 어느정도의 크기인지도 모르겠고 굳이 내가 아니라도 상관없는 정도의 감정이라면 내가 너무 비참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뭐 다른 것이야 어찌됐든 이제는 좀 더 편하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 해 보기로 했다. 어쨌거나 용하다 싶을 정도로 계속해서 연락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섣불리 끝나버릴 인연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인 것도 있다. 세 달 전 부터 어쨌든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선 나를 잡아 하고 손을 내밀었으니까. 한편으로는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긴가민가한 채 한 번만 더 만나보면 답이 나올까? 하고 고민하던 때에 그는 이미 여러 생각을 마쳐놓은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너무 비약일까. 하여간 내가 아는 것 보다 더 사려깊고 진지한 그를 한 번 믿어보기로 한다. 내가 그를 생각하는 것 만큼이나 그도 애정을 듬뿍 담아 나를 생각하고 있다고, 그렇게 맘 편하게 생각하기로 하자. 서로가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를 뿐이니까, 지금은 적응 중인거고, 원하는 대로 가만히 내버려 둘 테니까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돼. 어쨌거나 다 잘 될 거니까, 괜히 힘들게 속 끓이는 짓은 그만 하는걸로.
아까 친구한테 전화 받은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급한 상황에서 너가 생각나서 전화를 한 게 아니냐며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그 당시엔 머쓱해서 에이 설마 그 정도는 아닐거야 하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래도 날 생각해주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 쓸모없는 사소한 것들에 의미부여하고 싶진 않아 sweetheart를 검색했다 괜히 마음만 더 간질간질해져서 혼자 피식거리고 있다. 처음엔 보고싶다는 말도 잘 안하던 사람이 고맙다고 저런 말까지 해주나. 귀엽다. 다음에 만나면 favorite guy라고 불러줘야지. 보고싶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소하게 만들어주는 요리들도 그립고, 맨 어깨 위에 해 주는 키스도, 꽉 끌어안는 단단한 팔도, 다정하게 바라보는 눈빛도, 손길도, 다 보고싶다. 전부.
2:48 am • 23 January 2013
올해 마지막 푸념
이 이놈 이야기가 될 줄이야….
바로 아래에 아련하게 써제낀 글도 사실 맞습니다 맞고요. 근데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면 긴 시간을 못 버티는 내가 오락가락하는 내 감정에 지쳐가고 있는 것일지도. 뭐 그렇겠지. 어쨌든 이젠 너를 좋아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날 지경이다. 네가 뭐라고. 딱히 연애에 관심도 없는 너한테 여자들이 알아서 붙을만큼 네가 그렇게 매력 넘치는 놈이라면, 적어도 나는 대세를 저버리는것이 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있다. 네가 뭐라고. 내가 네 밑에서 애정을 구걸해야 할 만큼 매력없는 사람도 아닌데! 이런 허튼 생각을 할 정도로.. 나는 지쳐있나보다. 아. 나는 정말 이런 이도 저도 아닌 관계인 채 그저 흘러가야만 하는 이 침묵의 시간이 너무나 싫다. 애초에 애착 형성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나는 그냥 성질이 급해서 밀당도 안되고 아무것도 안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고있다. 아니지. 이건 애초에 완전히 끝나버린 문제인데 멍청이같은 내가 아직 끝난게 아니지 않냐고, 끝난게 아닐 수도 있다고 구차하게 바지끄댕이 잡고 매달리고 있는건지도. 아. 그냥 너무 자존심상하고 슬프다. 나는 이렇게까지 너란 놈한테 마음이 가버렸는데, 너는 날 그저 스쳐가는 한 여자로 생각할테지. 라고 생각하면 자존심이 너무 상한다. 자존심, 자존심, 자존심…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사랑할 때 자존심 챙기는 것 만큼 바보같은 짓도 없는데. 근데 알면서도 자꾸 이러게 된다. 멍청이같은 나.
사실 평소의 나라면 진작에 연락 먼저 해봤을테지. 그치만 왠지 그럴 수가 없다. 그러면 안될것만 같고… 그러니 뭐 어쩔 도리 있나. 그저 입 다물고 잠자코 기다리는 수 밖엔…. 참. 도도한 여자란 어떤 존재일까. 타인의 애정과 사랑을 권력처럼 휘두를 수 있는, 타인의 사랑 위에서 왕처럼 군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사랑에 있어 우위를 점령하는 그런 사람은 절대 될 수 없겠지. 너무 쉽고 너무 깊게 빠져버리니까. 그걸 아는 나는 항상 짝사랑만 하듯 전전긍긍하고 안절부절하다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머저리. 멍청아. 대체 언제쯤이면 덜 바보같아질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더 현명해지고싶은데 너무 큰 욕심일까.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는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나는 이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인건지. 사랑을 한다는 게 나같은 사람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종류의 것이란 말인지. 참나…
11:24 pm • 31 December 2012
12월, 28일
하루에도 몇십번씩 생각이 바뀌고,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온갖 사소한 기억들이 눈 앞을 스치고. 흡사 이건 일종의 실연 후 증후군 같은 느낌… 그러나 우리는 수면 위로 그 어떤 온전한 단어들도 올리지 않은 채, 그렇게 헤어졌을 따름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울렁거리는 감정들이 계속해서 나를 뒤흔드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누구도 완벽히 마침표를 찍지 않은, 그러나 어느정도는 예상이 가능한, 그럼에도 그 예상을 부정할 수 있는 실낱같은 여지, 비겁한 겁쟁이가 된 채로 그렇게 남겨버린 여지가 주는 혹시 모를 희망이 더욱 나를 잔인하게 쥐락펴락하는 것이겠지. 다 알고있다. 하지만 모른 척 하고 싶다. 그저 눈 뜬 봉사가 된 채, 내게 남겨진 모든 것을 부정해버리고 싶다. 내 모든 진심을, 내 모든 감정을, 내 모든 기대들을.
혼자 남겨진 채 이따금씩 눈을 깜빡일때면, 어느 순간 나를 사로잡는 기억의 잔상 같은 것들이 있다. 코가 맞닿을 정도로 바싹 붙어 누운 채 혼곤히 잠에 빠져들었던 그 때의 안온한 분위기.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깜깜한 밤, 조심스럽게 다가오던 그 입술. 언제나 당연한 듯 감싸주던 그 체온. 그 다정함. 그 진중함. 그 감성들. 그 음악들. 그 시간들.
사실은 2주 이후 연락이 온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나는 내 감정에 자신이 없다. 아예 연락이 오지 않고 이대로 끝나버리는게 오히려 나은 결말이 될지도 모른다. 알고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왜 이런걸까. 정말로 실연당한 사람 처럼 계속해서 그를 생각한다. 헤어진지 한 달은 지난 것 같은데 고작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소하고, 그런 시간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계속해서 그 날을 떠올린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직감하고, 계속해서 그를 바라보기만 했던 내 모습을. 멍청이같은 나는 그 날 끝내 붙잡는 말도 끝내자는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의 눈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 날 완벽히 끝을 내버렸다면 지금 덜 힘들었을까. 대체 정답이 뭘까. 도무지 모르겠다.
보고싶다.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아무것도 자신할 수 없고,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이 순간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 한 마디밖에.
10:33 pm • 28 December 2012
물쓰듯돈쓰기
오늘 돈 너무 썼다. 봄버 14만원 폴라로이드필름 6만5천원….ㅋ 이십만원 넘는 돈을 한방에 썼더니 손이 후달리고 머릿속에 쥐가 날 지경 ㅋㅋㅋㅋㅋㅋㅋ 하.. 아직 아패 미니도 안샀고 여행도 안다녀왔고 12월 되지도 않아서그런가 돈쓰는게 더 부담스럽고 죄책감들고 그렇다.ㅠㅠ 이제 옷사는건 좀 참아야지 운동화도… 운동화는….. ㅋㅋㅋㅋㅋㅋ 이래서 내가 안되는건가 ㅋㅋㅋㅋㅋ 으으으 모르겠다. 지금 남은 돈 80만원 편하게 쓰고 나중에 받을 월급 팔십으로 두달…. 살 수 있겠지 아 모르겠다 골치야 골치야 월급받고 여태 썼으니 돈 들어오기 전까진 최대한으로 자제하고 그래야겠다. 캐쉬북도 왜 맨날 쓴다해놓고 안쓰게되는걸까 이라믄안된다 정신차리자! 핸드폰요금제도 줄이고 군것질도 레알 안해야지. 군것질이 제일 문제다 으으으 돈아껴쓰자!!
1:06 am • 27 November 2012
you idiot!
나는 어째서 마음의 문을 연 순간 내 모든 정신을 뺏겨버리고야 마는것인지. 이런 내가 너무나 멍텅구리같아서 어제도 한바탕 청승을 떨었는데 오늘도 여전히.. 이러고있다…. 으이구 바보같은놈아 ㅠㅠ 이미 끝난 인연이라 생각했을땐 이따금씩 연락이 와 나를 당황스럽게 하더니 지금은 또 연락을 주기로 해놓고 며칠씩 감감무소식. 신경쓰는 내가 싫고 기대하는 내가 싫고 이렇게 청승떠는 내가 싫다 이건 내 자유의지가 아니란말이다….이러다 술처마시고 I miss you 이러는건 아닌가 모르겠네 뭐지? 이런 난 뭐지? 아이고. I shouldn’t care of you! idiot!
1:11 pm • 19 November 2012
9월의 한가운데에서
1. 아침 아홉시 오십분 조조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보고 시티세븐으로 건너가 유니클로를 휘적거렸다. 예쁜 옷들이 많았지만 구입은 미루고, 학원에 가기 전 바닐라 라떼를 마시려고 커피빈에 갔는데 하필이면 에스프레소 머신 점검 중. 때문에 반 강제적으로 간 스타벅스에선 신제품에 도전했다가 얼결에 같은 음료를 한 잔 더 받았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 엄청난 수다를 떨게 된 시발점… 이라고 할 수 있을까. 충동적으로 친구를 부르고 그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한시간이나 전화로 수다를 떨고 그란데사이즈 머그를 모두 비웠고, 약속한 친구가 온 뒤로 쉴새없는 철학적이고도 건전한 토론 위주의 굉장한 수다들을 나눴다. 그리고 책 반납을 위해 우리집 옆 동네로 넘어갔다가 책을 한 권 빌리고 친구를 만나고. 엄청나게 매운 떡볶이를 먹으며 헥헥대다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니컬한 대화에 빠져들었다가 동네 카페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기나긴 대화를 했다. 친구 집 앞으로 가 우쿨렐레도 빌렸고 싸늘한 가을 밤 공기도 잔뜩 맞았다. 이게 토요일 하루동안 일어난 일.
2. 독립을 해서 온전히 혼자 살게 된다면. 가구들은 사무실 용 캐비넷을 쓰고 책상은 크고 길게. 현관엔 악세사리들과 향수를. 음질 좋은 오디오. 1인용 소파들. 의자들. 쿠션. 시계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주말 밤 파티. 책과 영화들.
3. 확실히 아무것에도 억눌리지 않았던 어린시절의 난 꽤나 유니크한 캐릭터 였던 것 같다. 엄마가 구워준 식빵에 할머니가 만드신 사과잼을 두껍게 발라먹으며 턴테이블로 음악을 틀어놓고 춤추며 놀던 십수년전의 나. 당시엔 외롭고도 쓸쓸한 아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새롭게 느껴져서 그게 신기하다.
4. 11월이 되면 정말로 산뜻해질 수 있을까. 누가 뭐라건 그를 만나건 아니건 어쨌든 서울에 가면 마음 정리가 되고 산뜻한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구질구질한 마음 같은건 저 멀리로 갖다버리고 싶다. 그 날을 위해 좀 더 예뻐지고 좀 더 또릿또릿해졌으면 좋겠다. 살이… 빠져야 할 텐데……..
5. 사고싶은건 잔뜩이지만 싱가폴로 여행을 가려면 어쨌든 아껴야한다. 음음. 가야지. 꼭 가야지. 가서 상큼하게 리프레쉬하자. 여행을 가야겠다 막연하게 생각할 때엔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했는데 싱가폴이라고 마음을 굳히자 마자 가고싶다는 마음이 밀물처럼 몰아닥쳐온다.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사진도 찍고 걷기도 하고 생각도 하고 쇼핑도 하고 클럽도 가고 재밌게 놀아야지. 신난다!
6. 자꾸 먹는다. PMS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결국은 의지의 문제인거지…. 그만 좀 먹었으면 좋겠다. 살이 좀 빠져야 하는데.
1:39 am • 16 September 2012